단우에게,
내일 모레면 이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. 아직 걷지도 못하는 너를 데리고 이런 먼 타지에서 오래 지낸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너가 많이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갈 수 있는 것 같다.
비엔나에서의 19일
지치고 힘들 때마다 쉴 곳이 되어준 여러 카페들,
그 안에서 매번 주문하던 melange,
매번 지하철, 트램, 식당 등에서 반갑게 너에게 인사를 건네던 사람들,
그들에게 항상 웃음을 선물하던 네 눈과 손,
너를 안고 비바람을 뚫고 가서 구해온 네 유모차 raincover와 footmuf,
잠든 너를 안고 거닐던 한적한 비엔나의 도심,
너무 바람이 많이 불어서 구경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쉔브룬 궁전의 정원,
눈이 부시게 반짝이던 클림트의 키스,
야무지게 미트볼 한 접시를 뚝딱 해치웠던 이케아,
오랜만에 마주한 네 또래의 아이와 함께 놀았던 타지 한인교회,
탁한 담배연기와 디젤차들의 매연, 소음들을 잘 참아주었던 너,
고즈넉한 풍경이 아름다웠던 다뉴브(danube) 강,
이 모든 걸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아빠는 두고두고 이 시간들이 기억날 것 같다. 기억에 두고두고 남을 만큼 좋았던 순간들도 있었고, 너가 칭얼대고 힘들게 해서 집에 돌아가고 싶게 만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.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안 좋은 기억들은 저편 너머로 사라지고 좋은 기억들만 간직한 채 또 시간은 앞으로 흐르겠지. 걷지도 못하고 너무 무거워서 버겁다고 느낀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이마저도 나중엔 그 조막만한 아이라고 기억하게 되겠지?
지난 19일동안 너는 또 많이 자랐고 이제는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아기가 되었다. 앞으로도 이렇게 쑥쑥 건강하게 자라주고 많은 사람들에게 너의 해맑은 웃음으로 기쁨을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.
늦었지만 다시 한 번 네 첫 생일을 축하하며,
아빠가 비엔나에서의 마지막 밤에